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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스토리

행복나눔복지센터(할머니에게 씌워진 복지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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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6-22 20:49 조회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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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장기요양보험 행복한 동행

글 : 김경진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버지는 홀로 마당 앞에 나와 밤새 서성이셨다. 아버지의 굽은 등이 한없이 슬퍼 보였다. 할머니의 오랜 병수발로 지칠 때로 지쳐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날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  몇 년 전, 할머니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게 되자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왜 하필이면 할머니에게 기억을 잃어버리는 무서운 불청객이 찾아왔는지 허망하기만 했다. 4남매 중 장남인 아버지는 일하느라 평생 고생하셨던 할머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크셨다. 어머니는 정이 깊은 고부지간이었음에도 할머니에게 생긴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에 답답해하셨다. 부모님은 할머니의 까칠한 손과 얼굴을 어루만지며 며칠을 절망에 빠져 지내셨다. 그리곤 작은아버지와 고모들을 집으로 불러 할머니의 상태를 알렸다. 고모들은 검사가 잘못된 것 같다며 할머니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특별한 치매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고모들의 말처럼 검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도시에 사는 손녀가 고향집에 다니러 갈 때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일일이 기억했다가 따로 챙겨주실 정도였으니 믿기 힘든 것도 당연했다. 끔찍이 생각하는 자식들을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기억의 손잡이를 더욱 굳건히 잡으신 모양이었다. 작은아버지와 고모들은 할머니를 더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부탁해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장남과 큰며느리로서 할머니를 지키고 보살피는 것은 당연했지만, 함께 장사를 하셨던 부모님으로서는 할머니를 혼자 둘 수도, 그렇다고 모시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동네 할머니들에게 틈틈이 챙겨봐 달라고 부탁하고, 장사를 나가서는 수시로 할머니께 전화해 상태를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치매 초기여서 할머니 혼자서 집안에서 소일거리를 하실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띄엄띄엄 오던 할머니의 치매 증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초기엔 종종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국을 태우거나 냉장고에 리모컨을 넣어 두거나 했다. 하지만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마실을 가셨다가 집에 못 돌아오시거나, 자식인 아버지를 아예 못 알아보기 시작했다. 치매는 자신도 잃어버리는 병이라더니 당신의 이름도 점점 기억하지 못하게 되셨다. 하루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는데,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였는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꽤 지쳐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부모님이 일을 나간 사이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옆집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장사를 하다 말고 뛰어오신 것이었다. 한 시간 가까이 동네를 뒤진 부모님은 동네 어귀 버스정류장에 쪼그리고 앉아 계신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집에 오셔서까지도 “나 버스 타고 가야 하는데?”라며 정신을 못 차리시던 할머니. 그래도 어디 하나 다치신 곳이 없는 할머니를 보며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 후로도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부모님은 일단 가게 문을 닫고 당분간 쉬면서 할머니를 돌보기로 하셨다. 그즈음 나는 여름휴가를 미리 앞당겨서 고향집으로 내려왔다. 집에 내려와 지내면서 사랑하는 할머니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훨씬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치매라는 병은 할머니에게서 총기 가득하던 표정과 카랑카랑하던 음성을 빼앗았다. 할머니는 차츰 1차원적인 어린아이로 변해갔다. 음식이며 신발, 가재도구 등을 장롱 깊숙이 넣어두시곤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하셨다. 여기에 예전 같지 않게 화를 자주 내시면서 낯선 사람이 돼갔다. 기억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할머니만의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한숨은 밤마다 조금씩 깊어졌고, 방문 틈으로 건너오는 할머니의 앓는 소리는 가슴을 저리게 했다. 매일 아침 “오늘도 별일 없이 무사히 잘 넘어갔으면…”하고 말하는 것은 어머니의 일상이 돼버렸다. 부모님은 전문 간병인이 아니었기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24시간 돌보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심장 쪽에 지병을 앓고 있어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를 보며 마음을 쓸어내릴 때마다 생전 드시지 않던 찬 음식을 찾는 것은 간병을 하면서 생긴 어머니의 버릇이었다. 할머니의 치매 증상과 함께 어머니의 스트레스와 우울감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게다가 계속해서 장사를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할머니 역시도 당신에게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직감하고 계신 눈치였다. 정신없이 헤매다가 가끔 정신이 드실 때면 “아휴~ 나 이제 그만 가고 싶다. 그런데 아프다고 그냥 죽어지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 날에는 할머니가 늘 그래왔듯 다정한 손길로 나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손끝에 담긴 따스함에 코끝이 찡해왔다. 할머니는 정신이 없으실 때도 손녀인 나는 또렷하게 알아보셨다.

  부모님의 고민이 깊어갈 무렵, 언니에게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에 대해 듣게 됐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이면서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으로 6개월 이상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자의 신체·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라고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의해 등급 판정을 받으면 재가 급여와 시설 급여로 나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부모님의 표정이 한층 밝아지셨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2008년 처음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2014년부터는 기존에 3등급까지였던 등급을 5등급까지 세분화하면서 경증치매 어르신들까지 국가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할머니가 수급 대상이 될까 싶었다. 귀동냥만으로는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했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기재된 안내에 따라 장기요양 인정신청을 했더니, 공단 직원분이 집으로 오셔서 할머니의 심신 상태를 확인해 점수를 산정하고 갔다. 수급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약 한 달여 동안 노심초사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후 할머니는 장기요양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요양보호사가 거의 매일 집에 오면서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음식이나 식사 마련, 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부모님의 정신적·육체적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부모님을 대신해 곁에서 전문적으로 케어해주는 요양보호사 덕분에 할머니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엄두도 내지 못했던 바깥 활동도 가능해졌다.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하신 분답게 가족들이 생각지 못한 섬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겨주셔서 부모님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인 부담감까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찼던 집안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한숨만 가득했던 부모님의 얼굴에도 조금씩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 덕분에 할머니의 상태가 안정되자 부모님은 다시 밖에 나가 장사를 시작하셨다. 요양보호사가 돌아갈 시간에 맞춰 어머니만 먼저 집으로 와 할머니를 보살폈다. 할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 만큼은 아니지만, 부모님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덕분에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머니가 치매를 얻고 나신 후 평소와는 다르게 드시는 양이 많아져 대소변 양이 많았는데, 요양보호사는 매번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할머니를 깨끗이 씻기고 기저귀를 바꿔드렸다. 가족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과 매사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에 우리 가족 모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요양보호사님 오시면 훨씬 더 편안해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자, 요양보호사는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들은 제각각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세심하게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땐 저도 너무 어려서 어머니를 잘 보살펴 드리지 못했어요. 돌아가신 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다들 제 어머니 같아서 극진히 보살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라고 덧붙이셨다. 그 말에서 요양보호사분의 깊은 진심이 전해졌고,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우리 할머니를 맡기는 것이 괜찮을까 싶었던 선입견도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라는 이름의 만능우산을 얻는다. 넓디넓은 만능우산 아래에서 삶의 온기를 전해 받고 삶에 필요한 갖가지 것들을 받으며 자란다. 만능우산은 질병을 포함해 삶이 주는 다양한 시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그렇지만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직접 부모가 되면 어린 시절 만능우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우리 부모님들의 피땀 어린 희생의 결과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도 자식을 위해 만능우산이 되어줄 내리사랑을 시작한다. 정작 본인은 비에 홀딱 젖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노인이 되어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는 이 땅의 부모들에게는 더 이상 부모님의 품처럼 따뜻한 우산은 제공되지 않는 것일까.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살면서 노인성 질환 등 예기치 않은 인생의 소나기를 만나게 됐을 때 연로한 부모님들에게 ‘복지우산’을 씌워주는 중요한 제도이다. 마치 어린 시절의 만능우산처럼 부모님의 건강을 지켜주고, 무리한 의료비 지출로부터 가계의 재정을 유지해주는 ‘복지우산’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사랑을 베풀듯이,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챙기고 보듬는 것이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기본 정신이다.


  또한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을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 전체가 부담을 나누겠다는 의지를 품은 훌륭한 사회제도이다. 나는 주변에서 우리 가족과 같이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얘기를 하곤 한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고통과 부담을 줄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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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장기요양보험 웹진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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